SHIFT

우리가 믿었던 것들의 형태

9화. 8화 또 다시

이안은 잠깐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툭- 발끝이 선을 넘는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대신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치 깊은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조금 답답해졌다. “...별거 아니네.” -아직은. 리안의 목소리는 낮았다. 이안은 완전히 선을 넘어섰다. 그 순간. 뒤를 돌아보자, 아까까지 분명히 보이던 숲이 안개처럼 흐려지고 있었다. “뭐야...?” -경계가 닫히는 거야. “닫힌다고?” -인류권은 ‘기록된 공간’이야. 여긴 ‘기록에서 밀려난 공간’이고. 이안은 다시 앞을 봤다. 숲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나무들의 모양이 조금씩 달랐다. 줄기가 휘어 있고, 잎은 종이처럼 얇았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마치 종이를 넘기는 소리처럼. “...여기가 망각지대야?” -바깥쪽. 가장 얕은 부분. 이안은 손을 뻗어 나무를 만졌다. 촉감은 나무였다. 하지만 손을 떼자, 닿았던 부분이 살짝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여긴... 계속 바뀌는 거야?” -응. 기억에서 밀려난 것들은 형태가 불안정해. 이안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걷자,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

SHIFT에서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