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었다. 이안은 오두막 앞에 서 있었다. 밤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제 일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다. “리안.” 발밑의 그림자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잠시 정적 후,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일 없었어. 짧은 대답이었다. 숨기는 게 분명했다. 이안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백월이 건넨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구분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인류권 -망각지대 외곽 -중심 오염권 -잔서열도 -왜곡황원 그리고 연필로 표시된 선 하나. ‘경계’ “오늘 여기까지 가면 돼.” -서두를 필요 없어. “서두르는 게 아니야. 오래 머물 수 없는 곳이니까.” 이안은 오두막을 한 번 돌아봤다. 2층 창문이 닫혀 있었다. 백월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떠난 것처럼. 숲길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새도 울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해졌다. “리안.” -왜? “새 소리 안 들려.” 정말이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숲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이안은 걸음을 멈췄다. “여기부터야?” 리안의 그림자가 조금 짙어졌다. -응. 인류권 끝자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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