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주변의 빗소리가 기묘하게 잦아들었다. 천장을 두드리던 사나운 빗줄기는 어느덧 가느다란 안개비로 바뀌어 있었고, 숲 전체를 지배하던 것은 축축한 흙냄새와 죽음처럼 가라앉은 정적이었다. 화롯가 옆에 앉아 있던 베일로르의 보랏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일렁였다. "손을 떼라, 로시후." 여신의 서늘한 음성에,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로시후의 어깨가 단단히 경직되었다. 남자는 눈이 멀었던 시절부터 예리하게 다듬어진 직관으로, 오두막을 둘러싸고 밀려드는 음산한 살기를 감지해냈다. 스스스... 젖은 풀숲을 헤치며 다가오는 수십 명의 무거운 발소리. 쇠와 쇠가 부딪히는 서늘한 마찰음이 안개 속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단순한 자객이나 정찰대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제국에서 가장 중갑주를 단단히 갖춘 정예, 황실 직속 흑기사단이었다. "적이다." 로시후가 이를 악물며 검을 고쳐 쥐었다. 어깨의 화살상처에서 다시 붉은 피가 터져 나와 핏빛 망토를 적셨지만, 남자의 잿빛 눈동자에는 맹수의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베일로르의 앞을 단단히 가로막아서며, 부러진 검신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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