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불멸의 그대에게 내리는 유한한 사랑

5화. 향기로운 족쇄

베일로르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로시후의 손등을 적셨다. 빗물보다 뜨겁고, 등꽃보다 진한 향기를 머금은 액체. 그 피가 닿는 곳마다 로시후는 불에 데인 듯한 갈증과 함께 시야가 벼락처럼 트이는 자극을 느꼈다. "이 피는..." 로시후는 자신의 손등을 덮은 붉은 얼룩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눈앞을 가리던 잿빛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정원의 풍경과 함께 눈앞에 선 여인의 흰 살결, 고고한 눈매가 어둠 속에서도 형광처럼 선명하게 박혀 들어왔다. "그대의 기억을 가져간 대가다. 내 고통이 네게는 빛이 되겠지." 베일로르는 상처 입은 손을 거두지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남자의 기억과 독기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완벽했던 그녀의 신성에 거대한 금을 내고 있었으나, 그 오만한 얼굴에는 단 한 터럭의 약함도 드러나지 않았다. 로시후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억센 악력이 아니라, 소중한 무언가가 부서질까 두려워하는 절박한 손길이었다. "당신, 손이 차가워. 마치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생명이 아니라 신성이 빠져나가는 거지, 로시후. 네가 세상을 선명하게 볼수록 나는 이 지상의 무게를 더 무겁게 느끼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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