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불멸의 그대에게 내리는 유한한 사랑

4화. 그림자 속의 눈동자

비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성전의 안락하고 신성한 침소로 돌아온 베일로르는 떨리는 손을 가만히 말아 쥐었다. 로시후의 기억을 직접 영원 속으로 집어삼킨 대가는 가혹했다. 눈을 감으면 보랏빛 등꽃 덩굴이 환영처럼 시야를 어지럽게 휘감았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 그 사내가 겪었던 배신의 피 비린내와 절망이 폐부를 칼날처럼 찔러왔다. "이것이... 인간들이 겪는 '통증'이라는 감각인가." 베일로르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자신의 가슴께를 손으로 천천히 더듬었다. 두근, 두근. 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한 심장 소리가 소음처럼 거슬렸다. 본래 불멸의 존재에게 심장이란 그저 형태뿐인 장기였으나, 지금 그곳에는 한 남자의 젖은 슬픔과 황녀 이벨린을 향한 지독한 증오가 고여 출렁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오염된 적 없던 신의 결백했던 영원에, 보랏빛 독기가 깊은 핏자국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다. 그때, 침소의 육중한 대리석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성녀여, 아직 깨어 계십니까." 대사제 요한이었다. 그는 촛불조차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은밀하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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