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을 매캐하게 가득 채웠던 밀도 높은 열기가 서서히 식어갈 즈음, 베일로르는 가만히 감고 있던 눈을 번뜩 떴다. 로시후의 어깨에서 흘러나온 뜨겁고 비릿한 피를 삼킨 대가는 명확했다. 남자의 피를 통해 전해진 필멸자의 강렬한 생명력은, 권능을 쏟아부어 마모되어 가던 여신의 신성을 기묘하고 위태로운 형태로 강제로 이어 붙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오만한 백색 은빛과 잔혹한 보라색이 어지럽게 뒤섞여, 마치 기이한 폭풍이 치는 밤하늘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손끝 하나 오염된 적 없던 신의 결백했던 영원에, 남자의 피와 살의가 깊숙이 스며든 증거였다. "놈들이 왔다, 로시후." 여신의 나지막한 경고가 동굴 안을 울리기가 무섭게, 로시후가 즉시 부러진 검을 쥐고 일어섰다. 어깨와 등줄기의 화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으나, 베일로르의 피와 체온을 나눈 남자의 신체 능력은 이미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심장의 박동은 북소리처럼 강렬하게 혈관을 울렸고, 빗소리에 묻힌 미세한 쇠사슬 소리까지 읽어낼 만큼 감각이 예리하게 날이 서 있었다. 피를 가득 삼킨 혈관 마디마디가 불에 데인 듯 뜨겁게 타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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