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나는 가방을 쌌다. 속옷 두 벌, 수건 하나, 현금 조금. 체포되는 사람이 짐을 싸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잡혀가는 것과 준비 없이 잡혀가는 것은 다르다. 릴은 없다. 도윤에게 있다. 테이프도 없다. 그것도 같이 맡겼다. 십육 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 목소리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상하게 그게 제일 허전했다. 압수당하는 것보다 허전한 게 낫다고 스스로에게 두 번 말했다. 잠은 오지 않았다. 열한 시에 창밖을 봤다. 골목은 비어 있었다. 지금쯤 누군가 지하 이 층 복도를 걷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발소리를 들을 수 없다. 십일 년 동안 나는 모든 것을 직접 들었다. 오늘 밤 제일 중요한 소리는 내 귀가 없는 데서 난다. 들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새벽 세 시에 깜빡 잠들었다. 여섯 시 반에 눈을 떴다. 세수를 하고, 물을 한 잔 마시고, 현관 앞에 가방을 놓고 앉았다. 여섯 시 오십구 분.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다. 두 사람. 한 사람은 무겁고 한 사람은 가볍다. 어제 그 형사들이다. 일곱 시 정각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 목소리는 이번에도 정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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