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에 나는 다시 조사실에 앉았다. 어제 그 자리, 어제 그 형사들이었다.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나이 든 형사의 표정이었다. “한서진 씨.” “네.” “어제 그 파일 말인데요.” “감정 나왔습니까?” “정식 감정은 몇 주 걸립니다. 그게 아니라요.” 그가 서류를 내려다봤다. 읽기 싫은 걸 읽는 얼굴이었다. “제출본 검증하려고 회사에 서버 원본을 요청했습니다.” “잘하셨네요.” “회사 답변이 왔습니다. 보존 장치 오류로 원본이 소실됐답니다.” 나는 웃지 않으려고 애썼다. 웃을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목 안쪽에서 뭔가가 자꾸 올라왔다. “한서진 씨는 안 놀라시네요.” “세 번째거든요.” “뭐가요?” “제가 아는 것만 세 번째입니다. 필요한 원본이 필요한 시점에 사라지는 거요.”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야간비행》 마스터 원본, 삭제. 《소리의 집》 릴 열다섯 개, 소각 직전에 전량 반출. 그리고 이번 서버 파일, 보존 오류.” “그건 다 한서진 씨 주장이고요.” “앞의 두 건은 회사 기록에 있습니다. 조회해 보시면 됩니다.” 젊은 형사가 뭔가를 적었다. “그리고 형사님.”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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