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끝난 다음 날 아침. 서윤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이제는 대표 직속 비서라는 이름도, 6개월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도 없었다. 정식 프로젝트 책임자로 새로운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대표실 앞에 도착한 서윤이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왔습니까.” “네.” “오늘 일정부터 확인하죠.” 평소와 같은 말투였다. 서윤은 피식 웃었다. “대표님.” “왜요?” “어제 그렇게 말해놓고 오늘은 또 업무 이야기만 하시네요.” 태준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업무 시간 아닙니까?” “맞긴 한데요.” 서윤이 팔짱을 꼈다. “새로운 계약까지 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요.” 태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닙니다.” “그럼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요?”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태준이 전화를 받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누구죠?” 서윤이 묻자 태준은 잠시 침묵했다. “지아입니다.” 서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아…….” 태준은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뒤 태준이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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