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불멸의 그대에게 내리는 유한한 사랑

1화. 보랏빛 진실의 시작

지루함은 신이 앓는 유일한 질병이었다. 영원은 여백 없는 백색의 공간이었고, 그곳의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고여 있는 거대한 호수와 같았다. 태초의 빛이자 침묵의 주인인 베일로르는 그 무색무취의 공간에서 수천 년을 견뎠다. 손끝 하나 오염된 적 없는 결백함, 그 어떤 미천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하고 단단한 고결함. 그것이 신의 본질이었다. 그녀의 눈에 지상의 인간이란, 찰나의 불꽃처럼 일어났다 아스라지는 소란스럽고 비천한 소음들에 불과했다. 하찮은 흙덩이로 빚어진 피조물들은 짧은 생을 이어나가는 동안 온갖 추악한 짓을 저질렀고, 그중에서도 베일로르를 가장 실소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묘한 병증이었다. 인간들은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서로를 옥죄고, 칼을 휘두르며, 뒤틀린 집착으로 스스로를 파괴했다. 어리석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헛된 낙원을 만든 뒤, 제 손으로 그 기둥을 부수며 흘리는 핏물. 그 가증스럽고 범죄에 가까운 기록들이 신의 옥좌 아래 매일같이 기도라는 이름의 소음으로 쌓여갔다. "나의 자비가 너희를 파괴하는구나. 아니면, 그 미천한 뜨거움이 너희를 미치게 하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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