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송곳니 아래 고양이

5화. 새 이름

밤잠을 설쳤다. 벽을 보고 잠에 들었지만, 눈앞에 혁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나는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저번에도 그랬듯이, 옆에 누워있던 혁빈은 사라진 뒤였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나는 힘없이 비척이며 방 밖으로 나왔다. 두 귀를 쫑긋 세웠지만 혁빈의 기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식탁 위엔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저녁에 올게. 밥은 냉장고] 나는 식탁 위에 붙은 메모지를 떼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슬픔] ‘화가 난 게 맞을까, 맞다면 왜 이렇게 다정하게 굴어?’ 나는 물 한 잔을 벌컥 들이켰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흘렀다. 빈 위장이 짜릿했다.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혁빈을 제외하고는. 혁빈이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이 집에서 나는 누워서 멍이나 때려야 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길게 자리를 비우는 혁빈이 미웠다. * * * 나는 곤히 누워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몸을 일으켰다. ‘미안, 오늘은 나가봐야 해. 너 때문에 어제 자리를 비웠거든.’ 나는 조심히 문을 닫고 나왔다. 옷장 앞에 서서 익숙한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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