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함은 작업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겉면은 녹슬어 있었지만 화면만은 멀쩡했다. 초록색 글자가 낮은 명도로 깜박였다. "도윤아, 내가 늦었어." 문장은 그것 한 줄뿐이었다. 서원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끝이 저릿했다. "이거 진짜 도윤이 목소리로 인식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텍스트를 인식하는 거야." 재희가 태블릿을 통신함 옆에 대며 물었다. 화면 스캔 결과가 태블릿에 떴다. 음성 파형 인증, 성문 대조 방식. 텍스트가 아니라 목소리 자체를 요구하는 잠금이었다. "성문이야. 등록된 게 나." 목소리를 내는 순간 몸 안쪽이 서늘해졌다. 7년 동안 저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만 수천 번 되뇌었을 뿐. 오문식이 랜턴을 내려놓고 통신함 쪽으로 다가왔다. 손등에 낀 방화 장갑을 벗으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열어뿌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한번 재생되면 그걸로 끝이라 카는 기라." "알아요." "니 목소리 말고 딴 기 나오면 우짤 낀데." 그 말에 서원의 숨이 잠깐 멈췄다. 별이 흉내 낸 도윤의 목소리를 이미 들었다. 이번에도 그런 거라면. 원본이 아니라 또 다른 예측 모델의 조각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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