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나가자 랙 전체가 한 박자 늦게 숨을 죽였다. 팬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정적은 삼 초를 넘기지 못했다. 첫 스피커가 튀었다. 그다음 두 번째, 세 번째. 천장을 따라 박힌 스피커들이 차례로 열리며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파열음처럼 들렸다. 곧 그것이 목소리라는 걸 알았다. 한 겹이 아니었다. 열 겹, 스무 겹, 서로 다른 높낮이의 말들이 동시에 밀려나왔다. "엄마 나 먼저 갈게" "계좌 비번 적어놨어, 서랍 두 번째" "미안하다 말도 못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문장이 겹쳤다. 어떤 목소리는 울고 있었고 어떤 목소리는 웃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라기엔 너무 평범한 말들, 반찬 남았다는 말, 우산 챙기라는 말, 다음 주에 보자는 말,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서로를 짓눌렀다. 벽이 울렸다. 바닥을 타고 진동이 올라와 발바닥까지 저릿했다. 랙 위에 쌓인 서류철이 흔들리다 떨어졌다. 재희가 귀를 막았다. "이게 뭐야, 이게 다 뭐야." 손전등 불빛이 흔들리며 천장과 바닥을 오갔다. 빛이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부옇게 떠올랐다. 서원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생각보다 발이 빨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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