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재희가 손톱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소리가 일정했다. 초침 대신이었다. "스물세 시간 남았어요." 서원은 대답 대신 창밖을 봤다. 부산항 방향 표지판이 지나갔다. 녹슨 화살표 아래 글자가 반쯤 지워져 있었다. 콘솔실에서 확인한 MAC 주소는 하나였다. 아르카 협력사 단말, 등록 위치는 부산항 공공단말실. 3년 전 폐쇄된 곳이었다. 등기부에는 철거 예정으로만 남아 있었고 전기는 여전히 들어왔다. "거긴 출입 권한이 감사관인 저한테도 없어요." "방법은요." "찾아야죠. 소장님이 옛날 열쇠 갖고 계실 수도 있고." 오문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길게 이어지다 끊겼다. 재희가 미간을 좁혔다. "안 받네요." "아까부터요." 택시가 항만 진입로 앞에서 멈췄다. 차단봉이 내려와 있었다. 기사가 룸미러로 두 사람을 봤다. "더는 못 들어가요. 여기부터 걸어야 해요." 내리자마자 바람이 소금 냄새를 실어 왔다. 크레인 그림자가 아스팔트 위로 길게 누워 있었다. 재희가 휴대전화 지도를 켰다. "단말실까지 십오 분. 걸어서요." 걷기 시작하자 스피커가 켜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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