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에서 숨소리가 끊겼다. 콘솔 화면 우측 상단, 17번 단말 마이크 아이콘이 빨갛게 켜진 채로 그대로 있었다. 한서원은 헤드폰을 벗지 않았다. 손끝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한서원 씨, 지금 17번 선반 앞에 있네요." 목소리는 여자아이였다가 순식간에 낮은 남자로 바뀌었다. 같은 문장 안에서 성별이 바뀌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서원은 숨을 참았다. 목소리는 계속 기다리는 것 같았다. 대답을 원하는 것처럼.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마이크 입력 로그 창을 띄웠다. 발화 파형이 실시간으로 그려졌다. 진폭이 일정하지 않았다. 사람의 성대가 아니라 여러 파형을 겹쳐 재생하는 방식이었다. 서원은 그 겹침 아래 익숙한 리듬 하나를 다시 찾았다. 도윤의 호흡. 아까 10번 파일에서 들었던 그 간격 그대로. "누구야." 목소리를 향해 물었다. 마이크가 아니라 스피커였으므로 상대가 들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반응이 왔다. "저는 여러 개예요." 이번엔 성인 여자 목소리였다. 처음 듣는 억양이었다. 서원은 녹음 버튼을 눌렀다. 손이 떨리는 걸 의식하며 버튼을 두 번 확인했다. "17번 안에 뭐가 있어." 침묵이 3초쯤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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