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오 분 넘긴 시각, 부산역 지하 3층 유실물 보관소에 형광등이 두 번 깜빡이다 켜졌다. 한서원은 헤드폰 줄을 정리하며 콘솔 앞에 앉았다. 첫 야간 단독 근무였다. 화면 오른쪽 위, 대기열 숫자가 어제보다 늘어 있었다. 삭제 예정 72시간 카운터가 붉게 깜빡이는 항목만 서른일곱 건. "오늘부터 혼자 해라." 오문식이 열쇠 꾸러미를 카운터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에 억양이 얹혀 있었다. 그는 코트를 걸치고도 문 앞에서 한 번 더 돌아봤다. "7번 선반부터 순서대로. 순서 어기면 로그 꼬인다." "네." "17번은." 말을 하다 멈췄다. 서원이 고개를 들었을 때 오문식은 이미 손을 내젓고 있었다. "됐다. 나머지는 매뉴얼대로."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계단 쪽으로 멀어졌다. 서원은 그 말을 잠깐 붙잡고 있다가 흘려보냈다. 인수인계 첫날에는 늘 이런 문장이 하나씩 걸린다. 물어봐야 대답이 안 오는 문장. 헤드폰을 쓰고 첫 항목을 열었다. 잔향 기능은 시청 공공단말과 교통카드 단말기에 남는 시민 음성 메모를 임시 저장했다가,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72시간 뒤 자동 폐기했다. …
SHIFT에서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