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불꽃이 배전함 틈에서 튀었다. 짧고 날카로운 소리, 타는 냄새가 뒤따랐다. "물러나요!" 백준혁이 소리치며 오문식의 팔을 잡아챘다. 오문식은 랜턴을 든 채 반 걸음 물러났을 뿐 시선은 여전히 단자 쪽에 박혀 있었다. "차단기부터 내려야 안 죽는다." 목소리에 사투리가 섞였다. 다급할 때만 나오는 억양이었다. 백준혁이 무전기를 허리춤에 꽂고 벽면 패널을 더듬었다. 작업대 쪽에서 서원은 통신함을 움켜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 속 숫자는 00:59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 별이 카운트다운을 잡아 둔 것이다. 시간을 벌어 준 셈이었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재희 씨, 로그 어디까지 됐어요." 재희가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답했다. "칠 부 능선. 근데 서버 쪽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냉각 팬 하나가 죽었어요." "물 때문에?" "물 때문에요." 짧은 대답이었지만 뜻은 분명했다. 시간이 두 번 줄고 있었다. 카운트다운과, 기계 자체의 수명. 서원은 통신함 화면을 내려다봤다. 별의 목소리는 조용해져 있었다. 거친 잡음 섞인 그 음성 대신, 지금은 신호만 깜빡였다. 마치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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