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붉은 번개가 몰아치며 검은 재가 눈처럼 휘날렸다. 그곳에서 나는 게임 배드엔딩의 그 장면처럼 무너지는 성탑의 기둥을 붙잡았다. ‘앞으로 한 발자국….’ 뒤로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내 몸은 저 아득한 아래로 떨어져 결국 화마에 삼켜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달려나갈 수 없었다. 도망칠 수 있는 곳에는 괴물이 서있었으니까. 새까맣게 물든 머리, 피처럼 붉게 빛나는 눈동자로 짐승처럼 노려보고 있는 자. 결국 게임 속 원작과 같이 마물에게 집어삼켜진 그가, 나를 죽음의 상황까지 몬 그가 반대편에 서있었다. 괴물처럼 변해버린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피가 묻은 검을 바닥에 끌었다. 원작 속 장면과 지금이 겹쳐져갔다. 나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달려와서 저 흉측하게 변한 손으로 내 목을 조를 것이다. 아니면 칼로 날 찌를 것이다. 죽으면 아플까? 많이 아프겠지. 목이 졸려죽는 게 나을까, 칼에 찔려죽는 게 안 아플까? 눈물이 고인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원했는데….! 내 모든 노력이 의미가 없었던 거야? ‘저 손에 갈갈이 찢겨죽을 바엔… 그럴 바엔 차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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