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내 인생의 나레이션이 스포를 시작했다

8화. 목록에 없는 릴

화요일 아침 여섯 시에 나는 아카이브실에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방이 어제와 달랐다. 곽 선생의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재떨이 대신 쓰던 캔도, 걸어 두던 목장갑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나던 소리가 없어지니까 방이 넓게 들렸다. 같은 방인데 잔향이 길어져 있었다. 물건이 소리를 먹는다. 물건이 빠지면 소리가 벽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나는 그 차이를 십일 년 동안 방마다 재고 다녔다. 오늘은 재고 싶지 않았다. 여섯 시 십 분에 도윤이 내려왔다. "몇 시에 오셨습니까?" "여섯 시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가 선반을 봤다. 열네 번째 줄이었다. "몇 시에 가져갑니까?" "여덟 시입니다." "두 시간 남았네요." "한 시간 오십 분입니다." 우리는 그 시간에 아무것도 못 했다. 목록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사본도 떠 놓았다. 사진도 찍어 두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길다. 일곱 시 사십 분에 나리한테 문자가 왔다. 지하 이 층 자료실 첫 출근이라고 적혀 있었다. 밑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선배, 여기 문이 세 개예요.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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