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단편선

1화. 어느 남쪽 군인의 말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밤. 한 손에 총을 든 군인 두 명. 그 중 한 명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불을 붙인 뒤 연기를 내뱉는 군인. 옆에 선 군인에게 피울거냐고 묻는 듯 담배갑을 건네지만 앞만 바라보며 경계를 한다. 그럼 말라는 듯, 품에 다시 담배갑을 넣는 군인.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신다. 군인은 담배를 피우며 입을 연다. "야, 내가 죽인 북한군이 몇 명인지 알아? 나도 몰라 임마, 그냥 총들고 갈기는 거야.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어쩔 땐 총알은 원래 빨간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군 시체들을 회수하고, 적 시체들은 한곳에 모아 태우는데, 그 와중에도 내가 죽인 놈들은 알아보겠더라고. 신기하게도 말이야. 뭐.. 미안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아. 그런 생각은 여기서는 사치니까. 내가 먼저 죽이지 못했더라면, 저놈들이 내 시체를 모아 태웠을테니까 말이야." 들고있던 총을 새삼스럽게 잡아보는 군인. "총이란게 이렇게 무겁고 시끄러울 줄이야. 어렸을 때 나뭇가지들고 총인 척 가지고 다니던게 엇그제 같은데.. 지금 이 꼬라지로 살게 될 줄이야. 세상일 모른다, 모른다하더니 정말이었네. 하긴.. 나만 이런 것도 아닐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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